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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켜라

Save the Green Planet!

 차차는 외계인으로 인해 지구가 곧 위험에 처할 거라고 믿는다. 이번 개기월식까지 '초이서'를 만나지 못하면 지구에는 아무도 살아 남지 못할 엄청난 재앙이 몰려올 것이다. 차차는 분명히 외계인이라고 믿는 A급 헌터 진주를 납치해 '초이서'와 만나게 해줄 것을 요구한다. 
과연 지구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차차는 개기월식이 끝나기 전에, 지구를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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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 117분

범죄 · 액션 · 피카레스크 · 블랙코미디

진주는 눈을 떴다. 주변은 어둡고 녹슨 냄새가 났다. 눈을 깜빡이면 속눈썹 위로 물방울이 떨어졌다 흩어진다. 어쩐지 무거운 몸을 움직이려고 하면 금방 알 수 있다. 앉혀있는 상태로 양쪽 손이 의자 손잡이에 묶여있다. 발 역시 한 군데로 묶여 옴짝달싹할 수 없다. 

앞에 보이는 건 의기양양하게 손을 허리에 둔… 괴한이라고 부르기엔 애매한 상대가 눈에 들었다. 어려 보이는 얼굴에 웃는 표정. 보자마자 자신을 이런 곳에 둔 사람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그 웃음은 묘하게 단호했으며, 입은 옷은 어두운 비닐 재질의 우비처럼 그러나 움직이기 쉽도록 조절되어 청소부나 험한 일을 하는 사람처럼 보이게 했다. 요컨대 도살장에서 피가 튀어도 아랑곳 않을 것 같다는 인상이라는 거다.  

 

“여기는 어디예요? 그리고 당신은 누구죠?”

 

드라마처럼 뻔한 말을 꺼내면서도 진주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틀에 박한 소리를 하고 싶진 않지만, 지금 상황에 대한 답을 찾기엔 아직 돌아오지 않은 기억에 기대는 것보다는 눈앞에 있는 상대에게 요구하는 것이 빨랐다. 

 

“제가 허차차인 걸 알아서 뭐 하게요!”

“허차차…?”

“어떻게 제 이름을 알았죠?”

“그거야 방금 말했잖아요!”

 

자신을 허차차라고 소개하지 않은 그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다시 웃는 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리곤 진주에게 당신은 외계인이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것이다. 

 

“네? 제가 외계인이요?”

“이미 다 알고 있어요. 숨지지 않아도 돼요.”

“그게 무슨… 그럴 리가 없잖아요.”

 

아까부터 차차는 듣는 시늉도 하고 있지 않았지만 조금 미안한 표정이었다. 자기 얘기밖에 할 수 없음을 양해해달라는 분위기가 느껴지자, 진주는 그럴 거면 제대로 이야기를 들어주라는 말이 저절로 떠올랐다. 말하지 않은 이유는 이 말조차 양해의 범위에 들어가 버릴 것이 금방 예견됐기 때문이다. 


 

“우린 친구가 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많은 걸 알아갈 수 있을 거예요.”

 

차차가 다가오자 조명이 멀어지며 그 얼굴 위로 음산한 그림자가 진다.

 

“절 어쩌려는 거죠?”

“헌터는 세 가지 약점이 있어요.”

“세 가지?”

“세 가지.”

“보통 사람은 약점이 있죠!”

“그게 아니에요! 헌터한테만 있는 약점이라고요.”

“음… 일단 뭔지 들어볼까요?”

“일단 하나.”

 

그리고 그는 끼익하고 옆에 있는 기계를 열어젖히더니 트레이를 집어 들어 꺼냈다. 그 위로는 갓 구운 빵이 먹음직스럽게 올라가 있었다. 지금 여기가 낡고 어두운 지하라는 것을 잊을 정도의 냄새와 색감이었다. 이질적임을 잊고 침을 꼴깍 삼키면 그걸 눈치챈 건지 차차는 말을 이었다.

 

“먹고 싶다면 자기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하게 되겠죠.”

 

아주 단순한 논리였다. 



 

***




 

“그래서 이 일을 왜 하는 거라고 했죠?”

 

길고 긴 서로에 대한 투쟁 시간이 지나자 둘은 조금 느슨한 상태로 밤을 지내고 있었다.  졸음이 섞인 진주의 말은 꼭 잠들기 전에 동화책을 읽어달라는 투처럼 들리기도 했다. 차차는 옆에서 낡은 책을 하나 꺼내들며 대답한다. 

 

“초이서, 그 외계인은 우리에게 방법을 전하려고 하고 있어요.”

“초이서? 이름인가요?”

“우리가 참되고 올바른 세계로 갈 수 있는 방법을요.”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이제 곧 월식이잖아요. 곧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만나서 뭘 하고 싶은 건데요?”

“지구를… 지키는 일!”

 

의식이 멀어지면서 차차가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낮게 들린다. 안드로메다에서 온다는 신세계질서… 그런 성운이 있던가. 진주는 자신이 모르는 지식을 뒤로하며 차차가 들고 있던 책의 제목을 겨우 읽어낸다. 

 

‘이 세계가 시뮬레이션이라면 어떡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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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 정보

출연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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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차차

Her chacha

치즈, 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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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Lee Jin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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