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텔 아르테미스
Hotel Artemis
마피아와 정부군의 갈등이 첨예하게 치닫는 도시, 바벨에는 경찰조차 쉬이 접근하지 못하는 특별한 호텔이 있다 - 바로 범죄자 전용 병원, 호텔 아르테미스! 아르테미스의 운영자이자 하나뿐인 의사 '오르한 파데예프'는 어느정도 무뎌진 환멸과 닳아진 사명감을 들보삼아 진료를 계속해나간다. 이 호텔의 단골 투숙객이자 신비로운 분위기의 킬러 '모나코'는 오르한의 하나뿐인 친구를 자처하지만, 예측하지 못한 사건을 직면하게 되자 지금까지와는 다른 면을 보이기 시작하는데...

2018 | 94분
액션 · 범죄 · 스릴러









HOTEL ARTEMIS
Written by
잉까
Based on the movie
HOTEL ARTEMIS
By Drew Pearce
#0 EXT. 선박 안 - 밤 - 바다 위
어둡고 흔들리는 화면, 요란하게 물보라가 몰아치는 소리가 들린다. [음성 삽입 - 한 남자의 거친 숨소리] 남자는 요동치는 물에 잠시 머리끝까지 가라앉았다가 겨우 목 위만 내밀어 허우적 거린다. 그러다 이내 탈진해 물 안으로 가라앉는다.
암전.
#1 INT. 호텔 안 - 오르한의 병원 오픈 루틴
bgm: Little Green Bag(George Baker Selection)
6시로 맞춰진 디지털 시계가 알람을 울린다. 세 번 울리기 전에 커다란 손이 알람을 끈다. 곧이어 침대에서 내려오는 다리 클로즈업. [복도에 고정되는 시선] 키가 큰 남자가 복도를 사이에 두고 각 방을 오가면서-욕실, 침실, 부엌 등-씻고 옷을 갖춰입고 나오는 과정이 보여진다.
#1B INT. 호텔 안 - 라운지
남자의 동선을 따라 호텔의 곳곳이 비춰진다. [이에 맞춰 오프닝 크레딧 삽입]
[그동안 배경음악의 볼륨이 서서히 잦아든다] 남자-오르한 파데예프가 지나가는 호텔 라운지에서 턴테이블 클로즈업-노래는 이 턴테이블의 LP판에서 나오고 있다. 턴테이블 옆에는 블라인드로 가려진 창문이 보인다.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오는 빛은 햇빛이 아닌 도시의 야경이다. 창이 클로즈업 되며 먼 곳에서 파도소리가 들린다.
*노래는 창 밖에서 들려오는 파도소리를 가리기 위한 것이다.
#8 INT. 호텔 안 - 진료실
(바깥에 설치된 CCTV영상을 띄운 모니터. 오르한과 모나코가 각기 다른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모나코는 언뜻 냉정한 지루함을 가장하지만 어딘가 초조해 보인다. 오르한은 크게 놀란 얼굴로 화면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몸은 경직되어 있다.)
화면 밖의 군인: 파데예프.. 중위님.
(화질도, 음질도 좋지 않지만 군인의 말소리는 지직거리는 소리를 뚫고 둘에게 전해진다)
화면 밖의 군인: 중위님.. 거기 계신것, 압니다. 제발… 저에요. 라인 상병. (기침소리)
모나코: 아는 사람이에요, 오르한?
오르한: (말없이 화면에 고정된 시선을 떼지 않는다)
화면 밖의 군인: 살려.. 주세요.. (점점 목소리에 힘이 빠지며)
모나코: 설마 들여보낼 것은 아니죠?
오르한: 아는 사람입니다.
모나코: 군인이고요. (눈을 가늘게 뜨며)여기가 어떤 규칙으로 돌아가는지 무시하겠단 말은 하지 마세요.
오르한: …데려와야 합니다. 복부에 총상으로 추정되는 외상이 보입니다. (벌떡 일어나 가방에 붕대, 소독약, 소독된 의료도구등을 쓸어담기 시작한다. 오르한의 얼굴은 무표정한듯 보이지만 팽팽하게 긴장이 들어가 있고 눈의 초점이 흐려져 있다.)
모나코: (덩달아 일어나 오르한의 움직임을 좇으며) 범죄자 전용 병원에요? 그것도 허가 받은 사람들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에?
오르한: 당신에게 할 수 있는 1차적 처치는 다 했습니다, 모나코. 다음 처치까지는 48시간 이상 두고 봐야 하므로 객실에 가서 휴식을 취하십시오. 저는 외부 진료를-
모나코: (기가 차다는듯 웃으며) 그래서 나간다고요. 당신이?
오르한: (말 없이 가방을 잠근다. 땀으로 흥건한 손바닥을 내려다봐)
모나코: 봐요. 창문 옆으로 잘 다가가지도 못하는 주제에. 지금도 나간다는 생각만으로 잔뜩 겁을 집어먹고 있으면서!
(CCTV 화면에서는 더이상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먼 곳에서 나는 총성만이 간혹 잡힐 뿐이다. 말을 걸어온 군인은 이제 눈을 감고 있다. 언뜻 죽은것처럼 보인다.)
오르한: (고통스럽게) 그래도… 가 봐야 합니다.
모나코: (진료실 바깥으로 나가는 문간에 서서 못마땅한 표정으로 오르한을 쳐다본다.)
(오르한은 푹 숙였던 고개를 들어 모나코를 바라본다. 둘의 시선이 마주치고 몇 초 후)
(요란한 전화벨 소리가 울려)
(몇 번이고, 팽팽한 침묵 속에서 시끄러운 벨소리가 반복된다)
모나코: 받아요. 이 병원 운영자는 당신인데. 나를 전화수로 쓸 게 아니면.
오르한: (CCTV화면을 쳐다보며 수화기를 든다) 호텔 아르테미스 입니다.
(전화기에서 불분명한 말소리가 나오고, 오르한의 눈이 크게 뜨인다. 더이상 CCTV화면을 쳐다보고 있지 못해)
오르한: …알겠습니다. (수화기를 천천히 내려놓는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얀이 오르한을 쳐다보고 있다. ‘무슨 일이야?’라고 묻는듯한 눈짓)
오르한: 시실리…. 시실리가 오고 있습니다. 총을 맞았다고요.
모나코: …..하!
#12A EXT.선박 안 - 바다위 - 회상. #0에서 이어짐.
어둡고 물이 가득찬 곳에서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오르한. 선내에 차오른 물이 한차례 세게 물결치며, 등에 업고 있던 시신이 미끄러져 시야에서 사라진다. #0의 반복 - 탈진할때까지 버티다가 가라앉는 오르한.
#12B INT. 다른 선박 안 - 낮.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시실리. 자신은 근처 조직에서 도망쳐 온 카포인데, 자신의 부하들을 살려주면 도와주겠다는 조건을 건다.
#21 INT. 호텔 안 - 복도
호텔 복도의 소파-마치 벤치처럼 놓여있는-에 모나코와 오르한이 함께 앉아있다. 복도지만 인기척은 없어, 마치 전시회의 회랑 같다. 소파는 언뜻 앤티크 가구처럼 보이지만 어딘가의 현대미술품처럼 불완전한 비율로 만들어져 있다. 소파 뒤로는 커다란 유화가 걸려있다. 그림은 <메두사 호의 뗏목>.
모나코는 비스듬히 돌아 앉아 오르한에게 등을-정확히는 뒷목의 상처를 보이고 있고, 오르한은 모나코의 외상을 다시 꿰매고 있다.
오르한: 모나코. 아까전의 일은-
모나코: 얀이에요.
오르한: 또입니까.
모나코: 처음 만났을때 한 약속 기억 안나요? 둘이 있을땐 얀이라고 부르기로 했잖아요.
오르한: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당신의 의식을 계속 붙여놓기 위해 무작위로 뱉은 말이었고요.
모나코: 그래서 거짓말이었다고요?
오르한: 중요한 사항입니까?
모나코: 중요한 사항이에요.
(의료도구를 정리하던 오르한은 한숨을 내쉰다. 그는 연이은 사건으로 조금 지쳐있다)
오르한: (체념한듯) ….얀.
모나코: 좋아요. 이제 무슨 일인지 말 해 봐요.. 아얏, 좀 살살 해요!
오르한: 저는 정확히 필요한 만큼의 힘으로 처치를 하고 있습니다만. (하지만 손에 조금 힘이 빠진다)
협력해 주신 것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얀. 저 대신 라인 상병을 들여보내 준 것도, 시실리에게 이 사실을 함구하고 있는 것도..
모나코: 흠.
(얀은 방금 들은 말을 입 안에서 사탕을 굴리듯 음미해본다. 미소는 이내 조금 쓰게 변한다. 이 남자는 자신이 무슨 생각으로 행동했는지 전혀 짐작하지 못하고 있겠지.)
모나코: 저같은 업계인을 상대할때엔 감사인사는 현물로 건네야죠.
오르한: (잠깐 주춤하며) ..필요하신게 있습니까?
모나코: 아하하!
오르한: 아직 처치중입니다. 너무 크게 웃지 마십시오. …아까의 활동으로 더 벌어진 상처입니다. 조심하는게 좋겠습니다.
모나코: 당신은 주로 감사를 받는 입장이니 이해해 줄게요. VIP 좋은게 뭐에요?
오르한: 저는 딱히 단골이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만..
모나코: 글쎄, 그건 오르한이 제 목숨을 구했을 때부터 그르치게 된 일이네요.
오르한: 저는 의사입니다. 환자를 치료하는건 제가 할일 입니다.
모나코: 그건 맞아요. 제가 욕심 부린거죠.
(모나코-얀,이 순순히 대답하자 오르한은 더 말을 잇지 않는다. 잠시 침묵속에서 처치가 이어져)
(오르한의 커다란 손이 묘기처럼 의료용 바늘을 놀린다. 모나코의 흰 목덜미가 찢어져 붉게 벌어진 상처가 검은 실에 의해 찬찬히 봉합된다. 호흡에 맞춰 어깨가 살짝씩 오르내림에도 바느질이 흐트러지는 일은 없다. 검은 머리카락 몇가닥이 목덜미로 흘러내리자 조심스레 걷어내고 작업을 계속한다. ‘가만히 계십시오.’ ‘가만히 있는데요’ … 이어지는 침묵. )
(늘 그렇듯, 이를 깨는것은 모나코 쪽이다)
모나코: 제가 이번에 받은 의뢰의 타겟이 누구인지 알려줄게요.
오르한: 기밀 사항 아닙니까?
모나코: 듣고 있는 사람은 다 알죠.
오르한: 그럼 듣지 않겠습니다.
모나코: 들어줘요.
(모나코의 상처의 처치가 거의 끝났다. 하지만 얀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계속해서 그림을 바라보고 있다. 오르한은 얀의 표정을 볼 수 없다)
모나코: 감사인사인 셈 치고.
(난처한 기색으로, 오르한은 잠시 고민한다)
오르한: 역시 안듣는-
모나코: 시실리에요.
(오르한이 아연한 표정을 지으며, 뒤 돌아 눈 마주치는 얀을 바라본다)
(자신에게 이 사실을 말해서 어쩌겠다는 것인가? 호텔은 시실리의 지원으로 시작된 곳이다)
(얀은 가볍게 윙크를 한다)
모나코: 짠, 말해버렸다.
오르한: 당신은-
모나코: 괜찮아요. (대수롭지 않은 투로) 그냥- 다 괜찮을거에요, 오르한. 이 의뢰를 끝으로 저는 이 바닥을 뜰거니까.
#21B INT. 똑같은 복도의 소파
모나코는-얀은 혼자 앉아있다. 등받이 위로 몸을 기대 벽의 그림을 보고 있다. 그림같은 미소를 짓는 얀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마치 얀이 들여다보고 있는 부분에서 얀과 눈을 마주하고 있는것 같다.
모나코: 이런데다가도 설치하다니, 알카레타의 변태새끼들.
(모나코가 간단하고 신속한 동작으로 얼음송곳을 꺼내 피크 홀(peek hole)의 렌즈를 부수는 동시에 암전)
모나코: 뒤에서 보는 사람이 없어진다는 생각은 안했나보지?
[전자기기가 완전히 망가지는 소리]
#37 INT. 호텔 안 - 진료실
가장 구석진 곳에 있는 곳. 원래 반쯤 창고로 쓰던 공간을 급히 진료실로 꾸린 공간이다. 불은 거의 꺼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군인-라인 상병이었던-과 연결된 기기가 벽으로 쏘는 바이탈사인의 그래프만이 방을 밝히고 있다.
혼수상태였던 라인 상병이 깨어나, '그 날'의 진실을 알려준다. 배를 가라앉히도록 한 것은 시실리 이며, 그 의뢰를 받은 것은 눈 색이 서로 다른 어느 킬러였다고. 얀이 한쪽 눈에 컬러렌즈를 끼고 다닌다는 것을 아는 오르한.
라인: (아픈듯 신음하다가 눈을 떠,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잔뜩 쉬어있다) 파데예프.. 중위님.
오르한: 라인 상병.
라인: (약간 웃으며) 저.. 이제, 상병 아닙니다. 중사.. 달았어요.
오르한: 그럼, 라인 중사.
라인: 출세, 빠르죠? 사관학교 졸업생도 아닌것 치고는..
오르한: 저는 이제 군인이 아닙니다. 중위는 더더욱 아니고.
라인: 예,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존대를 들으니 기분이 이상하네요. 그냥 하대 해주시면 안될까요?
오르한: 제가 이곳에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알았습니까.
라인: 맞다.. 고집 엄청난 분이셨지, 군의관님은.
오르한: 중사.
라인: 옙. 저는…
(라인 중사는 고통스러운듯 표정을 찡그린다. 그것은 신체의 통증일뿐만 아니라 무언가 떠올리기 힘든 것을 입밖으로 낼 때의 고통이다.)
라인: 중위님, 저는.. 범죄자가 장난으로 살려둔 목숨일 뿐입니다.
오르한: 무슨 말을 하는겁니까?
라인: 그날.. 저희가 해상에서 카모라놈들과 교전했던 그날이요. 교전이 벌어진 함선을 가라앉힌 사람은 따로 있었습니다..!
(오르한, 충격으로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는다)
라인: 이상하지 않습니까? 교전이 치열했을지언정, 배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바로 이틀 전에 알도 그녀석이 점검도 했잖습니까. 네, 밀란 일병이요.. 놈들이 무슨 TNT를 터뜨린것도 아니었고요. 당연하죠. 그놈들도 함께 타고 있던 배였는데, 미쳤다고 함부로 가라앉히려 들겠어요?
오르한: ..하지만, 그때 카모라 알카레타 인원 대다수는,
라인: (고통스레 숨을 헐떡인다) 마피아끼리의 항쟁은 흔합니다, 대위님. 누군가 개입했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오르한: 그러면 구 알카레타가 아닌 사람이 배를 가라앉혔 다는 겁니까. (멍하니 중얼거리다가, 다시 라인과 눈을 마주치며) 병장, 아니. 중사는 어떻게 살아 돌아온거지? 시실리는 그 배에서 살아난 것은 나뿐이라고 했는데.
라인: 저는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아니, 좋다고 할 수는 없겠군요. 제가 본부로 복귀해 보고서를 작성할때즈음, 처음 보는 상관이 제게 말을 걸었습니다.
(라인은 기어이 참았던 울음을 터뜨린다)
라인: 저는 입막음 당했습니다, 중위님.. 그때 죽어간 동료들의 원수도, 나중에 알게된 중위님의 행방도 어떻게 손쓰지 못하고, 아…!
(바이탈사인이 요동치며, 치료기가 경고음을 내기 시작한다)
오르한: 말을 멈추십시오, 중사. 판단 착오였습니다. 귀관은 정신적으로도 안정을 취해야-
라인: 배를 가라앉힌건, 킬러였습니다.. 중위님.. 알카레타가 아닌,..
오르한: 그만해! 여기서 쇼크 반응이 일어나면 정말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라인의 몸이 경련하기 시작하자, 오르한은 치료대의 벨트로 몸을 고정시킨다. 필요한 약물을 주사하고 치료용 기기를 조작하는 등 여러 조치를 취하지만 라인 중사는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라인: 두.. 눈 색이.. 다른…..
오르한: …뭐,
(그 순간, 모든 기기가 꺼지며 일체의 광원이 모두 사라진다.)
#31 INT. 호텔 - 로비
bgm: Jigsaw Falling into Place (Radiohead)
(시실리의 부하들이 출입구의 잠금장치를 부수고 들이닥친다)
‘의사를 찾아!’
(동시에 불이 꺼지고, 총성이 울리기 시작한다)
‘제기랄, 그 킬러자식이야. 그녀석 수법이야!’
‘불을 키러 가! 보조 발전기를-’
‘놈은 어느쪽인데?!’
‘방금, 샹들리에가-’
(여러발의 총성, 반사적으로 터져나오는 수많은 총성)
#31A INT. 호텔 - 계단참
(오르한이 손전등을 입에 물고 더듬더듬 벽을 짚으며 계단을 올라간다.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총성이 들릴때마다 어깨를 움츠리다가도 다리를 멈추지 않는 오르한. 호흡이 거칠다)
The walls are bending shape
They got a Cheshire cat grin
All blurring into one
This place is on a mission
Before the night owl
Before the animal noises
Closed circuit cameras
Before you comatose
#32B INT. 호텔 - 라운지
Before you run away from me
Before you're lost between the notes
The beat goes 'round and 'round
The beat goes 'round and –
(불이 꺼진 라운지는 이미 엉망으로 뒤집혀 있다. 모나코는 돌아가고 있던 축음기를 정지시킨다. 바로 옆에 있던 창은 블라인드는 물론이고 유리창도 산산조각나 새카만 어둠과 번쩍이는 도시의 광원이 쏟아지듯 들어온다. 멀리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를 파도소리가 점점 덮는다.)
(얀-모나코. 눈을 감고 잠시 숨을 고르다가 얼굴을 찡그리며 목 뒤쪽을 손으로 짚는다)
모나코: 아하.. 또 찢어졌네.
#36 EXT. 호텔 - 옥상 - 발전기 옆
bgm: Time in a Bottle (Jim Croce)
(호텔 전체의 전기를 조절하는 발전기 옆. 오르한은 시실리의 이름 모를 부하 하나가 쓰러져 있고 그 옆에 얀이 서 있는 것을 발견한다. 얀은 얼음송곳을 들고 있다. 손과 얼굴에 피가 흥건하다. 오르한은 얀에게 권총을 겨눈다.)
(사방에서 도시의 소음이 들려온다. 파도소리와 함께. 애초에 호텔은-그리고 도시 바벨은 바다를 끼고 있는 곳이므로)
얀: 이런. 거의 다 끝나 가는데요. 그 늙은이를 해치우면 당신의 그 소중한 병장도-
오르한: 라인 중사는 죽었습니다. (권총을 고쳐쥐며) 당신이 발전기를 껐기 때문입니다.
얀: 오.
(정말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 역력히 보이는 표정의 얀)
얀: 유감이에요. 정말 그럴 의도는 없었는데.
오르한: 발전기에서 비키십시오. 이 호텔에서 이제 단 한명의 사상자도 발생하도록 놔두지 않을겁니다.
얀: 아니요, 딱 한명 더 남았어요.
오르한: (분노한다. 목에 핏대가 설 만큼) 모나코!!! 이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그나마 제게 남은 이 호텔의 규칙조차 부숴버리려 하고 있습니다!
얀: …카모라 알카레타의 보스의 목숨이 당신에게 그렇게 중요한가요?
오르한: 중요합니다. 이 호텔에 발을 들인 모든 이들의 목숨이 제겐 중요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한마디 한마디를 짓씹듯 발음한다) 제 동료들을 수장시킨 것도 모자라.. 이제 제 목숨을 살린 시실리마저 죽여 없애려고 하는군요.
(잠시 둘 사이에 침묵이 자리잡는다. 귓가에 들리는 것은 바닷바람과 섞여 더 요란해진 바람소리)
얀: 아.. 하하하, 아하하하하!
(얀은 한참동안 폭소한다. 가지고 있던 얼음송곳은 어디론가 던져버린지 오래다. 웃음소리는 멈추지 않다가, 흐느끼는 소리를 내며 길게 꼬리를 문다)
얀: 오르한, 그날 그 배를 가라앉히라는 임무를 쥐여주고 날 잠입시킨건 시실리랍니다! 왜요, 당신의 그 병장- 아니, 중사가 저를 봤다고 하던가요? 하긴, 나도 미숙했으니 물에 휩쓸려 렌즈를 떨어트리기나 하고.
오르한: 하지만- 그 배는, 카모라 알카레타의 조직원들이 다수 타고 있었습니다. 시실리는 당시에 보스가 아니었지만 조직의 간부였고, 그런 자가-
얀: 알카레타의 중진들을, 파이를 나누기 싫은 경쟁자들을 죄다 수장시켰죠. 멋진 작전 아니에요? 한창 카모라를 위협하던 정부의 정예군과 함께 처리하는거죠. 살아남은 병사들은 뭍으로 도달하기 전에 쏴 죽이거나, 이미 내통하던 군 인사들을 통해 입막음 했고요. 이 모든게 정말 미지의 ‘제 의뢰인’이 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얀: 그리고 물속에서 기절한 당신을 시실리의 배에 태운건 나에요. 변덕이었으니까 감사인사는 안해도 되고요. 아…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린다. 피와 섞인 물이 턱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오르한은 망연히 바라본다)
얀: 시실리만 처리하면 돼요, 오르한. 그러면 당신을 위한 복수는 끝이에요.
#37 EXT. 호텔 - 옥상
오르한: 아니오. 저는 당신이 그러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겁니다.
얀: 그럼 어떻게 할건가요?
#40 EXT. 호텔
(짧은 총성.)
(침묵)
#42 EXT. 도로 위 - 자동차
bgm: Goodbye Stranger (Supertramp)
(해안가를 따라 난 도로 위를 구식 험비가 질주한다. 험비에는 총알자국이 몇 나있지만, 몇개 더해진다고 해도 끄떡 없을것이다. 운전대를 잡고 있는건 모나코-얀 이다. 조수석에는 오르한이 낡은 가방을 안은채 앉아있다가, 자기 손으로 창문을 내린다.)
(도로 옆에 펼쳐진 너른 해안이 보인다. 수평선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오르한은 잔잔한 파도를 눈에 담는다.)
(아침 해가 뜨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