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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윅

John Wick

 전설이라 불리던 킬러 '리프'. 은퇴 후 평화로운 삶도 잠시, 어느 날, '리프'의 총을 노린 마피아 일당이 그의 총을 훔치고, 친우의 유산과도 같은 고양이마저 죽여버린다. 이에 분노한 '리프'는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간 이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지하에 파묻었던 총과 칼을 다시 꺼내드는데… 옛 인연인 '트로이'와 '사이네'역시 그 운명에 휘말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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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 101분

범죄 · 액션 · 스릴러

매일같이 멸망으로 나아가는 도시가 하나 있다. 흔히 묘사되는 소돔과 고모라와는 거리가 멀다. 겉으로는 아무것도 벌어지지 않는 일상을 표방하며, 사람들이 소란스럽고 서로 무관심하게 지나친다. 그럼에도 이 도시는 왜 멸망하고 있는 것인지는 명백했다. 타인의 의지로 누군가 끊임없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말 그대로. 

 

탕. 

 

좁은 골목에서 소음기를 낀 총소리가 낮게 들렸다. 보통이라면 피해 다닐 법한 조명하나 없는 골목길. 건물 사이에는 쓰러진 사람과 서 있는 사람으로 인영이 겨우 구분이 갔다. 얼마간의 적막이 지나면 근처에 작은 차량 하나가 도착한다. 열리는 문으로는 쓰고 있는 모자를 살짝 들어 보이며 인사하는 금발의 청소부가 나온다. 시체가 먼저 시선에 들 텐데 환한 얼굴로 살인자를 보며 웃는다. 

 

“사이네 씨, 이번에도 불러주셨나요.”

 

입은 옷에는 클리닝 서비스라는 문구가 오래된 것인지 바래져 남아있었다. 다른 한쪽 허리에는 커다란 보디 백을 잘 접어 끼우고, 물통 하나에 청소 도구를 기묘할 정도로 각에 맞춰 넣어 들고 있는 모습은 영락없는 이 업계의 베테랑이다.   

 

“트로이.”

“7시 반 예약, 맞춰서 도착했어요.”

“이번에도 잘 부탁해.”

“물론이죠.”

 

청소부를 기다리던 이는 동전 하나로 한 구의 값을 치르고 나면, 한구의 시체는 백 속으로 주변에 튄 피는 적당히 씻겨 어디에나 있을법한 물구덩이가 된다. 치워지는 것이 살인 현장이라는 것을 빼면 집안일을 미뤄둔 누군라도 탐낼만한 마법 같은 솜씨였다. 모든 작업이 끝날 즈음 트로이는 엉망이 된 옷까지 벗어내고 검은색  원피스를 상복처럼 입는다. 어차피 여전히 어두운 골목이었고 굳이 돌리지 않는 사이네의 시선은 아랑곳 않는 선선한 동작. 마지막으로 안아든 한 아름 꽃다발, 그 사이로 묵직한 총 한 정을 가벼이 가린다.  

 

“여전히 바쁘다니까.”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시니까요.”

 

사이네는 오래 입에 물고 있던 담배에 이제야 불을 붙였다. 무감한 시선은 흩어지는 연기를 향하고 있다. 자리를 뜨는 것에도 느긋함이 묻어난다. 

 

“담배는 몸에 나쁘니 끊으라고 말씀드렸는데도요.”

“미안.”

“이번에만 봐드리는 거예요~!”

 

농담과 같은 시선이 부딪혔다 떨어지면 묘한 긴장감이 맴돈다. 무언가 용건을 말하기 전, 장전된 총에서 뭐가 나올지 모르는 의문 같은 종류. 방아쇠를 먼저 당긴 건 사이네 쪽이다. 

 

“할 말이라도 있어?”

“혹시 들으셨어요?”

“뭘?”

“리프 씨가 복귀했대요.”


 

*** 

 

기계적으로 장전하는 소리와 몸이 무너지는 소리가 몇 번의 세트를 이어가다, 마지막에는 새된 비명이 어둠을 갈랐다. 장발의 남자는 바닥에 깔려있는 덩어리 중 하나를 겨우 건져들어 멱살을 잡는다. 깨끗하던 장갑이 그제야 피로 물든다. 

 

“그래서, 내 총은 어디 있지?”

 

다만 집어 든 것은 이미 생을 잃은 물체로, 대답이 없다. 그걸 이제야 알았다는 것처럼 남자는 도마뱀 같은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고개를 하늘로 향한다. 쥐었던 손에는 힘을 빼고, 담배 연기만을 들이 마셨다 내뱉는다. 다소 지친 표정. 그리고 어디라도 갈 수 있었으나 가야 할 곳을 찾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곧 결론을 낸 듯 담배를 짓이겨 끈다. 아무래도 금방 끝날 것 같지는 않으니 바삐 움직여야 했다. 

 

*** 

 

죽어가는 도시 한 귀퉁이 성역을 자처하는 공간이 있다. 보통 사람들이 보기엔 그저 오래되고 화려한 것으로 버티고 있는 호텔의 모습. 컨티넨털엔 오랜만에 방문하는 객이 있다. 

 

뚜벅뚜벅. 공간을 침범하는 것은 소리만이 아니다. 매캐한, 담배가 아닌 재와 불같은 냄새가 죽음과 함께 다가오는 것 같다. 작게 떠들던 소리는 다 같은 말을 중얼거리고 있다. 아마 발자국 소리 주인의 이름이겠지. 

 

짤그랑, 호텔 프런트에 요청이 없이 묵직한 동전만이 멋대로 올려진다. 요구하는 것은 하나고 말은 필요 없다는 뜻처럼. 하지만 서비스 정신이 투철한  컨시어지인 테이트는 질문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어라, 리프 씨 오랜만에 뵙네요.” 

“... …”

“휴가는 즐거우셨나요?”

“비아냥거리지 마.”

“진심인걸요.”

“방 호수는?”

“늘 쓰시던 곳으로요.”

 

대답도 하지 않고 열쇠를 받아 몸을 돌리면 긴 머리가 무겁게 흔들린다. 그 뒤로 들리는 말은 반면 너무 가벼워서 로비에 노래처럼 퍼진다. 

 

“성심성의껏 모시겠습니다.”

 

그리고,

 

“복귀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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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 정보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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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

REEF

제작

치즈, 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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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TR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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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네

SA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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